> 푸드피플
리솜 스파 캐슬 조리 총괄, 박근구 부장을 만나다. 2013.04.22
7835
0

내 나이 스물넷, 요리사의 길을 걷다. 첫 요리시작은 ‘요정’에서 출발한다. 본래 요리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나 전혀 다른 분야에 몸담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친한 선배를 따라 고급 요정의 주방에 첫발을 디뎠다. 그의 나이 24살, 험난하다는 요리의 세계로 입문한 것이다. 친형처럼 따르던 선배는 인근에서는 이름깨나 떨치던 주방장이었다. 호형호제하는 사이였기에 험난하다는 주방에서도 별다른 장애물 없이 남들보다 일찍 칼과 팬을 쥐었다.

당시 요정은 최고급 요리들이 상에 오르던 곳이다. 요정에서는 조리사가 직접 장을 보고 100%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위관직들의 접대장소로도 애용되었다. 이밖에 일본에서도 많이들 방문했다. 주 이용고객층이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요리의 수준이 높은 것은 당연했고 당시에는 귀했던 송이버섯 등 제철 별미들도 차려냈다. 덕분에 단기간 내에 실력은 몰라보게 늘어만 갔다. 여기서도 그의 열정은 멈추지 않고 남들보다 일찍, 남들보다 늦게까지 무던히 노력했다.

‘기회’와 ‘준비’, 그것이 나를 키워냈다. 그렇게 요정에서 첫 발걸음을 떼고 유명 호텔 업장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7년 1월 22일 예산에 위치한 리솜 스파 캐슬에 입사하였고 입사하자마자 과장에서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가 엄격한 서열의 주방에서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항시 중요시 여기는 기회와 준비.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말한다. ‘실력은 쌓아놓고 늘 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한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할 적에 식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다양한 의견이 오갔었다. 그러던 중 박근구부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망설이지 않고 대통령의 식사를 맡겠다고 했다. 어느 누구하나 쉬이 나설 용기가 생기지 않을법도 한데 그는 자진해 만찬을 준비했고, 덕분에 성황리에 끝이 날 수 있었다. 다채롭게 차려낸 한정식 상차림도 훌륭했지만 그의 자부심이 한 몫한 셈이다.

요리, 그 마음만큼은 이팔청춘.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애로사항은 있다. 어느덧 요리에 입문하게 된지도 4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그는 여전히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접하는 고객의 연령층도 다양할뿐더러 개개인의 기호가 있다 보니 세심히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늘상 어려운 과제다. 때문에 그는 전국 팔도를 수소문하며 새로운 아이템들을 찾아 다닌다. 그가 가장 영감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음식의 모양이나 담음새다.

어떤 것이든 생각나는 즉시 메모를 해두는 편인데 특히나 아이디어들은 술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술이 오가는 와중에도 그의 머리 속은 언제나 ‘요리’ 두 글자뿐이다. 꼼꼼히 적어놓은 메모들은 다음날 바로 실행에 옮겨 만들어본다. 이렇게 쌓은 노력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그를 즐겁게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만들어진 요리들은 각 연령에 맞춘 정식 상차림으로 선보여진다. 주로 퓨전 스타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인데 신선로 갈비찜이나 육사시미회, 육사시미초밥, 육회카나페, 감자채샐러드가 그 예다.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의 어려운 일이 없다는 뜻이다. 박근구 부장의 신조이기도 하다. 인터뷰내내 강조하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위생, 겸손, 정직이다. 더불어 ‘일구이무(一球二無)´. 김성근 전 SK 감독이 남긴 말로 ‘떠난 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즉,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와 근면을 중시하는 그에게 꼭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의 요리 인생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바쁘다. 예산, 제천 등의 업장으로도 모자라 중국 산동성에 위치한 웨이하이에도 출장이 잦은 편이다. 그럼에도 틈틈이 새로운 공부를 위해 짬을 낸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 방문을 했다. 몇 년 전부터 주목 받던 힐링음식의 중요성을 느끼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특히 음식을 통한 치유의 밥상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엔 힐링과 사찰음식 등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로 새롭게 봄메뉴를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뿌리음식, 채소의 사용이 두드러지는데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봄내음 물씬 풍기는 밥상이 기대된다.

앞으로의 70세까지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내려오는 것이 그의 꿈이다. 퇴직 이후의 계획은 해외를 오가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꿈꾼다 머지않아 펼쳐질 그의 요리 인생 2막을 그리며.

 

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