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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수불 대표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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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과 인생을 걸고 음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식은 한편의 시 뜰 수 밖에 없는 이유

전통장은 암흑 속에 가려진 보석이예요. 오랜 시간을 숙성하여 그 안에 시간을 담고 있거든요. 발효과정에서 이미 잘 숙성된 맛이기에 한편의 시처럼 그윽하고 풍요롭습니다. 함축된 가치를 제대로 풀어낸다면 세계인들이 한식이라는 맛과 감동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겁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청년이 뜬금없이 막걸리와 한국음식을 팔겠단다. 사람들은 말렸다. 더 잘나가는 일을 하라고. 묵묵히 서래마을에 터를 잡고 오픈한 그날은 2010년 4월이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늦은 봄 마지막 주 금요일. 그 이름을 술의 옛말인 “수불”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지금 4년 8개월이 지났다. 한식 비스트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 한국 사람도 좋아하고 외국인도 좋아하며, 전통주를 곁들이기도 와인을 곁들이기도 어느 하나 빠지는데 없다는 그곳. 이제는 서울에서 한국음식을 멋스럽게 먹을 수 있는 대표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대표는 젊은 청년 김태영이다. 섬세한 눈빛을 지니고 조용조용한 말투로 이야기하며 마음 먹으면 꼭 해 내는 강인한 추진력을 가진 30대.


이왕 하는 일 사람에게 행복을 맛 보여주고 싶었다

경영학 전공의 엘리트 군대도 공군장교인 일명 엄친아. 음식과는 어쩌면 거리가 있을 법한 그는 오늘도 수불의 주방과 홀을 가장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 

“대학 강의실에 있는데요, 그것도 벤처사업의 주제 리포트였는데요, 언젠가 모르게 저는 요식업에 대해 주제를 선택하게 되더라구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도 대학 주변의 식당은 분야별로 다 섭렵했던 것 같구요. 분식집, 중국집, 고깃집, 일식집, 한식집 등등. 이상하게 끌렸어요. 외교부에서도 인턴사원을 거치고 공군장교로 입대하면서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음식 관련 부서에 속하게 되었어요.”  

그가 요식업을 하게 된 데는 요리만화의 영향도 크다. 한참 미래의 진로를 고민할 시점에 드래곤볼 같은 만화는 스쳐지날 뿐이고 미스터 초밥왕 같은 음식만화들이 그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괜찮은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이왕 가치 있는 자원을 주고 돈을 받는 것이 비즈니스의 본질이라면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을 생산하고 싶었다.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한식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어요. 술도 좋아하고 음식도 좋아하니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하자였죠. 그리고 발전 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나의 장점은 한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수불이 탄생했다. 술을 좋아하고 음식으로 행복감을 얻는 청년이 다른 사람에게 그 행복감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 너저분한 골목가게가 아닌 문화와 품위, 편안함이 있는 한식집을 열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막걸리는 시골 아저씨들이나 마시는 값싼 술로 여겼어요. 제가 막걸리와 어울리는 식당을 하겠다니 친구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들을 이해시키기 까지 꼬박 5년이 걸렸네요. 그 친구들이 이제는 누구보다 막걸리를 멋스럽게 즐긴답니다.”



서래마을에 1호점 입지의 중요성

음식점의 성패는 입지가 중요하니 서울에 안 다녀 본 데가 없었다 서울 대중교통의 환승제도를 활용하며 지도에 갔던 곳 점찍어 보라면 검은 물감을 확 부어버려도 될 정도였으니.

그는 당시에 막걸리 학교에서 전통주를 배우고 있었다. 땀 흘리며 시장조사를 하던 그를 보며 같이 공부하던 지인이 서래마을에 마침 자리가 났다고 추천해주었다. 임대료가 높으려니 하는 생각에 그냥 보기나 해야지 하고 찾아갔던 차, 의외로 가격 문턱도 높지 않고 한 길가 눈에 띄는 자리였다. 특히 서래마을의 고즈넉하고 문화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그는 수불의 1호점을 서래마을에 열게 되었다. 

“어쩌면 소가 뒤로 가다가 쥐 잡은 격이예요. 원래는 강남역이나 선릉역 정도로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서래마을에 안착을 하게 된 것이죠. 만약 강남 쪽으로 갔다면 여태까지 고전하고 있을거예요. 그때 추천해 주신 분께 너무 감사드리죠.
그는 이제까지 수불을 운영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야 할 때 꼭 주변에 사람이 와서 도움을 주었다고 회상한다. 

 

모던한 태생 전통은 배우고 익혀야

메뉴는 1호점 때와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은 수불의 정신이다.
“저희는 태생이 모던한 한식이예요. 그러니 변화의 방향은 전통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 졌지요.”

수불을 찾는 단골손님께 두세 번 방문해도 똑 같은 음식을 드리는 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조금씩 개선해 나간 것이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메뉴가 되었다.

“저희 주방은 정통 한식을 고집하지 않아요, 육회의 재료로 파르파치오 형식을 낸다면 외국인들도 편하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그러나 음식의 기본인 장에는 전통의 가치를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직 직접 담을 정도는 되지 않으나 좋은 장을 가지고 와요.”

 

젊은 한식이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일 

한식의 전통 문화를 살리기 위해 김태영 대표가 준비한 특별한 사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찾아가는 양조장”. 향토 문화를 대표하는 전통 양조장에 찾아가 명인의 술 맛을 배우고 그 술과 어울리는 한식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때 요리는 양조장 인근의 식재료를 활용한다. 일례로 송명섭 명인의 막걸리와 죽력고를 만드는 양조장을 찾아가 그 맛의 진미를 보았다. 그윽한 향미와 그 맛에 어울리는 음식, 불고기와 나물전을 개발했다. 이 과정의 수불 매장에서 손님들이 술과 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완성된다.

 

죽력고와 모듬나물전 송명섭 명인이 대나무를 3-5일간 불을 쬐어 흘러나오는 수액에 생강과 꿀을 더해 만든 죽력고, 우아하고 깊은 맛에 인근 산지에서 채취한 당귀나물, 취나물, 방풍나물로 전을 부쳐 구수하게 곁들여낸다.


향토 전통주의 명맥을 지역 음식 문화에 국한 시키지 않고 서울 한가운데로 가져오는데 수불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 마음을 알아주는지 수불의 적지 않은 테이블이 전통주를 주문하고 이에 알맞은 안주를 맛깔나게 즐기고 있었다. 

둘째, 와인 스터디이다. 한식이 와인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와인에 익숙한 외국인들도 편안히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에 와인이 있으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져요. 국가 정상급 회담에도 전통주를 놓지만 꼭 엄선한 와인을 같이 곁들이는 것이 그 이유예요. 저는 전통주와 한식의 품격을 정의하는데 와인이라는 브로치를 활용하고 싶었어요.”

와인의 맛을 위한 스터디라기 보다는 한식과 한국 전통주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라고 해도 좋겠다. 이러다 보니 외국인들도 수불에서 한식을 곁들이며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국내 와인수입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당이 바로 수불인 것도 이와 연결되는 것이다. 

 

음식은 고집이나 여론몰이가 아닌 정직한 문화

“저는 음식에 대한 환상을 정확한 정보로 대체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음식관련 교육에 참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교육을 외부에서 배우는 것 보다 수불 내에서 진행해요. 그럼 저 혼자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체득할 수 있으니요. 사장 혼자 잘나가는 조직 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성장하는 공동체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한식을 정의 내리는 것 보다는 현대적으로 살려나가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김치라는 것을 정의하는데도 사람들 마다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어요. 저는 다양성을 어떻게 현실에 살려나가는 가에 중점을 둡니다. 전통 문헌에 근간하여 한식을 연구하시는 분들을 저는 깊이 존경합니다. 그분들의 노고가 저에게는 든든한 기본이 되니요. 그리고 제가 할 일은 기본을 잘 갖추되 지금 도시 사람들도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식을 만드는 일이예요. 관건은 조화라고 생각됩니다. 전통과 현대, 이론과 현실, 맛과 문화. 이들을 은근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음식과 공간에 수불이라는 이름을 걸고 싶습니다.”

 

된장소스 삼겹살덮밥 3년 묵은 된장소스는 자극적이지 않으며 구수하다. 깨와 마을, 잔파 등으로 간을 하여 된장을 쌈장보다는 마일드하게, 버터베이스 보다는 담백하게 풀어낼 줄 안다.


맛있는 소신, 세계로 가는 수불의 한식

손님들이 수불을 찾으면 음식에 하는 사람의 소신이 기분 좋게 담겨있다고 평한다. 적정가격을 지키며 국산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장맛이 기분 좋은 음식. 수불에 가서 밥 한끼를 먹으면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하고 기분 좋다. 흑임자치킨이 여태껏 베스트셀러이다. 바삭하게 튀겨낸 닭고기에 달콤함 소스를 입히고 국산 흑임자를 뿌린 한접시. 맥주에도 전통주에도 그리고 와인에도 어울리는 베스트셀러이다.

“저는 전통을 복원하는 작업도 좋아해요. 동의보감에 기재된 약방으로 전통약주를 만들어 손님께 선보였어요. 참 반기시더라구요. 저는 그런 반응 하나하나가 너무 고마워요.”

손님들과 함께 전통을 복원하고 현대에 맞게 재조명 해 보며 얻게 된 성과는 참으로 크다. 두부를 좋아한다는 그는 앞으로 두부도 직접 만들어 수불만의 두부요리를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외부적으로 2014년 한해 그에게 반가운 제안이 많이 찾아왔다. 특히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등 한류가 인기 있는 아시아 국가에서 수불을 자국에 열자는 제의를 해오는 것이다.

“현지의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은 참 대단했어요. 어떤 전문가분의 말씀으로는 한국 문화가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갖기는 단군 이래 최초라고 표현하시더군요. 직접 나가보니 일하기 참 좋은 시기라고 느껴졌어요. 이 고마운 기회를 잘 타보려고 해요. 준비와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확장 이전에 문화 만들기

그에게는 손님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중요하다. 모두 만족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곳이 수불이 되기를 바란다. 직원이 성장하고 만족해야 진정 마음이 담긴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믿으니까. 그래서 김대표는 직원들에게 한가지를 강조한다. 100점은 바라지 않는다. 80점이면 훌륭하다.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무리하게 되고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기 마련이다. 그런 열정은 순간은 불타오를 지 모르나 지속적인 온기를 내지는 못한다. 그 보다는 현재 조금 부족하더라고 20%의 부족함은 미래로 넘겨두고 이를 위해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를 직원들과 함께 한다.

김태영 대표는 내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수불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 3호점이 되면서 조직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이는 사람의 직접 말을 해서 움직이도록 하는 규모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저는 몸뚱이는 커지는데 방향을 모르는, 체력이 약한 비만아가 되기는 싫어요. 지금까지는 운이 따라 순풍에 돛 단 듯 꾸려왔지만 이제는 망망 대해에서도 자생력으로 살아남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히 방향을 지시하는 캡틴과 배와 동료를 자기의 생명처럼 여기는 선원들이 합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배가 행복의 나라로 순항하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미래의 키워드 한식, 멋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

한국에서는 비만 체형인 사람도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으로 가면 슬림해 보인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데 주원인은 한식에 있다, 그는 ‘건강’이라는 국제통용 키워드를 놓치지 않는다.
 
“한식은 이제 세계로 나아가도 충분히 멋있는 음식이예요. 물론 염분이 높다는 지적도 있으나 세상에 만국통용 백점짜리 음식은 없거든요. 단점들을 보완해 나가면 충분히 전세계 사람들이 찾게될 겁니다. 특히 전통장은 암흑 속에 가려진 보석이예요. 된장?고추장?간장 하나하나가 오랜 시간을 숙성하여 그 안에 시간을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풍미가 자연스럽고 사람 몸에 들어가면 소화가 편하며 영양가치가 높아 몸에 이로워요. 발효과정에서 이미 잘 숙성된 맛이기에 어떠한 요리나 소스에도 빠르게 활용될 수 있어요. 전통장은 함축성은 참 깊고 풍요롭습니다. 이는 다른 외국 어느 음식문화와 비교해도 뒤 떨어지지 않아요. 함축된 것을 제대로 풀어내는 일이 저의 숙제이자 세계인에게 한식이라는 맛과 감동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김태영 대표는 함축성에 주목한다. 혼자가 아니라 직원들과 각 지역의 명인들과, 대학의 문화분야 교수진과 함께 연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손님들도 흥분하고 좋아할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테이블에 선보인다. 그것이 김태영 대표의 수불, 그 한식과 공간이 특별해 질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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